무한차원 벡터공간(vector space)의 기저(basis)

written by jjycjn   2018.11.02 04:59

일반적으로 $n$차원 벡터공간(vector space) $\R^n$의 표준기저(standard basis)를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 B_n = \{ e_1,\, e_2,\, \ldots,\, e_n \} \] 여기서 각각의 $i = 1,\, \ldots,\, n$에 대하여 $e_i$는 $i$번째 성분이 $1$이고 나머지 모든 성분은 $0$인 $n$차원 벡터이다. 예를 들어 $3$차원 벡터공간 $\R^3$는 다음의 표준기저 $B_3 = \{e_1,\, e_2,\, e_3\}$를 갖는다. \[ e_1 = (1,\, 0,\, 0), \quad e_2 = (0,\, 1,\, 0), \quad e_2 = (0,\, 0,\, 1) \] 이제 모든 실수열들로 이루어진 벡터공간 $\R^{\infty}$에 대해 생각해 보자. 위에서 $\R^n$의 표준기저를 정의했던 것과 유사하게, 각각의 $i \in \N$에 대하여 $e_i$를 $i$번째 항이 $1$이고 나머지 모든 항은 $0$인 수열로 정의하여, \[ B_{\infty} = \{ e_1,\, e_2,\, e_3,\, \ldots \} \]

를 $\R^{\infty}$의 (표준)기저로 정의하면 될 것이라 짐작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틀린 짐작인데, 그 이유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먼저 기저(basis)의 정의를 다시 살펴보아야 한다. 일반적으로 선형대수학에서 처음 접하는 기저의 정의는 다음과 같다.


정의. 벡터공간의 기저 벡터공간 $V$의 원소들로 이루어진 "유한"집합 $B = \{e_1,\, e_2,\, \ldots,\, e_n\}$가 주어졌다고 하자. 만약 $V$의 임의의 원소 $x$에 대하여, 스칼라 $t_1,\, t_2,\, \ldots,\, t_n$이 유일하게 존재하여 \[ x = t_1e_1 + t_2e_2 + \cdots + t_ne_n \] 으로 나타낼 수 있으면, $B$를 $V$의 기저(basis)라 하고 이 때의 집합 $B$의 원소의 개수를 $V$의 차원(dimension)으로 정의한다.


위의 정의를 보면 하나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위 정의에 의하면 어떤 벡터공간의 기저는 유한집합이여야 하는데, 만약 $V$가 무한차원 벡터공간이라면 $V$를 생성하는 유한집합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V$에 기저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결론을 얻는다. 하지만 초른의 보조정리(Zorn's lemma)를 사용하면, (유한차원, 무한차원에 상관 없이) 임의의 벡터공간이 기저를 가진다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다.[각주:1]


이와 같은 모순적인 결과가 발생하는 이유는 대다수의 기초 선형대수학 교재들은 유한차원 벡터공간만을 중점적으로 다루기 때문에, 논의를 간단히 하기 위하여 벡터공간의 기저를 유한차원일 경우에 한정하여 정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무한차원 벡터공간의 기저는 어떻게 정의해야 할까?

하멜 기저(Hamel basis)

위에서 기저를 정의할 때, 집합 $B$가 유한집합인 것을 전제로 하고 있음을 살펴 보았다. 만약에 $B$가 무한집합이라면 다음과 같은 무한선형결합 \[ x = \sum_{i} t_i e_i = t_1 e_1 + t_2 e_2 + t_3 e_3 + \cdots \] 를 고려해 주어야 하는데, 위 식의 우변의 무한합을 정의하기 위해서는 주어진 벡터공간에 최소한 위상(topology)이 주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위상을 정의하지 않은) 일반적인 벡터공간 $V$에 대하여, $V$의 부분집합 $B$가 무한집합인 경우도 고려해 주기 위해 다음과 같이 기저의 정의를 확장할 필요가 있다.


정의. 벡터공간의 하멜 기저(Hamel basis) 벡터공간 $V$의 원소들로 이루어진 집합 $B$가 주어졌다고 하자. (이 때, $B$는 크기는 유한 또는 무한이 될 수 있다.) 만약 $V$의 임의의 원소 $x$에 대하여, $B$의 원소 $e_{i_1},\, e_{i_2},\, \ldots,\, e_{i_n}$과 스칼라 $t_1,\, t_2,\, \ldots,\, t_n$이 유일하게 존재하여 \[ x = t_1e_{i_1} + t_2e_{i_2} + \cdots + t_ne_{i_n} \] 으로 나타낼 수 있으면, $B$를 $V$의 하멜 기저(Hamel basis)라 하고 이 때의 집합 $B$의 기수(cardinality)를 $V$의 (하멜) 차원(dimension)으로 정의한다.


따라서 벡터공간 $\R^{\infty}$에서, 모든항이 $1$인 실수열 \[ a = (1,\, 1,\, 1,\, 1,\, \ldots ) \] 를 택하면, $a$는 $B_{\infty}$의 원소들의 "유한"선형결합으로 표현할 수 없음을 쉽게 확인할 수 있고, 따라서 $B_{\infty}$는 $\R^{\infty}$가 되지 못함을 보일 수 있다. 그렇다면 새로운 집합 $B_{\infty} \cup \{a\}$는 $\R^{\infty}$의 기저가 될 수 있을까? 다음과 같이 실수열 \[ b = (1,\, 2,\, 3,\, 4,\, \ldots ) \] 을 정의하면, $b$는 $B_{\infty} \cup \{a\}$의 원소들의 "유한"선형결합으로 표현이 불가능하다. 물론 집합을 더 확장하여 $B_{\infty} \cup \{a,\,b\}$를 고려해 주더라도, 이 집합의 원소들의 "유한"선형결합으로 표현되지 않는 $\R^{\infty}$의 원소가 존재한다. 하지만 이와 같은 과정을 무한히 반복하다보면 언젠가는 $\R^{\infty}$의 (하멜) 기저를 구성할 수 있으리라는 사실 또한 (초른의 보조정리에 의해) 알 수 있다. 그렇다면 $\R^{\infty}$의 기저의 기수는 얼마나 커야 하는 것일까?



무한차원 바나흐 공간(Banach space)의 하멜 기저

벡터공간 $\R^{\infty}$에 적당히 노름(norm)을 정의하면, ($\R^{\infty}$는 모든 수열을 포함하고 있으므로) 자명하게 바나흐 공간이 된다. 그러면 아래 정리에 의해서 $\R^{\infty}$의 기저의 기수는 가산일 수 없음을 보일 수 있다.


정리. 무한차원 바나흐 공간은 가산개의 하멜 기저를 가질 수 없다.

증명.
$V$가 무한차원 바나흐 공간이라 하고, $V$에 가산개의 하멜 기저 $B$가 존재한다고 가정해 보자. $B$가 가산이므로 $B = \{ e_1,\, e_2,\, e_3,\, \ldots \}$와 같이 나타낼 수 있다. 또한 임의의 $x \in V$가 $B$의 원소들의 유한선형결합으로 표현이 가능하므로 \[ V = \bigcup_{n=1}^{\infty} \operatorname{span}\{e_1,\, e_2,\, \ldots,\, e_n\} \] 이 성립한다. 이제 각각의 $n \in \N$에 대하여, $W_n = \operatorname{span}\{e_1,\, e_2,\, \ldots,\, e_n\}$으로 정의하자. 그러면 각각의 $W_n$은 $V$의 부분집합이면서 유한차원이므로, $V$의 진부분집합(proper subspace)이어야만 한다. 한 편, 임의의 노름공간(normed space)의 진부분집합의 내부(interior)는 공집합이므로, 각각의 $W_n$은 조밀한 곳이 없는 집합(nowhere dense set)임을 알 수 있다.

즉, $V$를 조밀한 곳이 없는 집합의 가산 합집합으로 나타낼 수 있고 이는 $V$가 제1범주(first category)에 속함을 의미한다. 하지만 $V$는 바나흐 공간이므로 제2범주(second category)여야만 하므로, 모순이 발생한다. 따라서 $V$는 가산개의 하멜 기저를 가질 수 없다..

참고.
  1. 사실, 무한차원 바나흐 공간의 (하멜) 차원은 (연속체 가설(continuum hypothesis)의 참/거짓 여부에 상관 없이) 적어도 $\abs{\R}$ 이상이어야 한다. 이와 같은 이유로, 무한차원 바나흐 공간에서 (하멜) 기저는 거의 이용되지 않는다.
  2. 위의 정리에 의하면, 만약 어떤 벡터공간 $V$의 (하멜) 차원이 가산이라면, $V$에 완비 노름(complete norm)을 정의할 수 없다. 예를 들어 $B_{\infty}$로 생성되는 벡터공간 (즉, 유한개의 항을 제외한 모든 항이 $0$인 실수열들을 모아놓은 공간. 이는 다항식을 모두 모아 놓은 벡터공간과 동형이다.) 에는 완비 노름을 정의할 수 없다.

샤우데르 기저(Schauder basis)

무한차원 벡터공간 $V$에 노름이 주어지지 않은 경우, 유한선형결합만을 이용할 수 밖에 없다는 사실로 인해 하멜 기저를 이용하여 $V$의 성질을 연구하는데 제약이 많다. 반면에, 벡터공간 $V$에 노름 $\norm{\cdot}$을 (좀 더 일반적으로, 위상을) 정의하고 나면, 다음과 같은 무한선형결합 \[ x = \sum_{i=1}^{\infty} t_i e_i = t_1 e_1 + t_2 e_2 + t_3 e_3 + \cdots \] 을 정의할 수 있다. 따라서 노름이 정의된 벡터공간에는 위의 무한합을 이용하여 다음과 같이 샤우데르 기저(Schauder basis)를 정의할 수 있다.


정의. 바나흐 공간의 샤우데르 기저(Schauder basis) 바나흐 공간 $V$의 원소들로 이루어진 수열 \[ B = (e_1,\, e_2,\, e_2,\, \ldots ) \] 가 있다고 하자. 만약 임의의 $x \in V$에 대하여, 스칼라로 이루어진 수열 $(t_n)$이 유일하게 존재하여 \[ x = \sum_{i} t_i e_i = t_1 e_1 + t_2 e_2 + t_3 e_3 + \cdots \tag*{$\textcolor{myblue}{(\ast)}$}\] 로 나타낼 수 있을 때, 수열 $B$를 $V$의 샤우데르 기저(Schauder basis)라 한다.


위에서 식 $\textcolor{myblue}{(\ast)}$의 무한합의 수렴성은 주어진 노름에 의해 결정된다. 즉, 위 식은 스칼라 수열 $(t_n)$이 유일하게 존재하여 \[ \lim_{n \to \infty} \norm{x - \sum_{i=1}^{n} t_i e_i} = 0 \] 임을 뜻한다.


예제.

  1. 임의의 $1 \leq p < \infty$에 대하여, $B_{\infty}$는 $\ell^{p}$ 공간의 샤우데르 기저이다. 하지만 $\ell^{\infty}$는 분해가능공간이 아니므로 샤우데르 기저를 갖지 않는다.
  2. $c_0 \subset \ell^{\infty}$가 $0$으로 수렴하는 수열들을 모아놓은 공간이라 하자. 그러면 $c_0$는 $B_{\infty}$를 샤우데르 기저로 갖는다. 한 편, $c \subset \ell^{\infty}$가 수렴하는 수열들을 모아놓은 공간이라 하자. 그러면 $c_0$는 $B_{\infty} \cup \{(1,\,1,\,\ldots)\}$를 샤우데르 기저로 갖는다.
  3. 임의의 $1 < p < \infty$에 대하여, 다음 수열 \[ (1,\, \cos(x),\, \sin(x),\, \cos(2x),\, \sin(2x),\, \cos(3x),\, \sin(3x),\, \ldots ) \] 은 $L^p([0,\, 2\pi])$의 샤우데르 기저이다.


참고.

  1. $V$의 차원이 유한인 경우, 하멜 기저와 샤우데르 기저는 서로 일치한다.
  2. $V$의 차원이 무한인 경우, 샤우데르 기저 $B = (b_n)$의 순서가 중요하다. 왜냐하면 위의 무한합 $\textcolor{myblue}{(\ast)}$이 절대수렴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3. 바나흐 공간 $V$에 샤우데르 기저가 존재한다면, $V$는 항상 분해가능공간(separable space)이다. 하지만 그 역은 성립하지 않는다. 즉, 샤우데르 기저가 존재하지 않는 분해가능 바나흐 공간이 존재한다.


  1. 사실 이 정리에서의 "기저"는 아래에서 정의할 "하멜 기저"를 뜻한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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