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흐-타르스키 역설 - 1. 소개

written by jjycjn   2016. 3. 30. 11:48

무한대(infinity)와 무한집합(infinite set)

수학에서 무한대(infinity)의 개념을 처음 접하면 우리의 기존 상식이 깨지는 경우가 빈번히 발생한다. 예를 들어 임의의 실수 xR을 생각해 보자. 그러면 x+1은 언제나 원래의 수 x보다 크다. 즉, x<x+1이 성립한다. 하지만 x=라 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우선 +1는 무한대에 1을 더해준 것과 같으므로 역시 무한대일 것임은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1의 크기를 비교해 보면 어떻게 될까? 무한대의 대소비교에서는 더이상 위와 같은 부등식이 성립하지 않고, =+1이 되는데, 이를 다시 말하면 무한대에 1을 더해주어도 기존의 무한대와 그 크기가 같게 된다.

[각주:1]


이는 무한집합(infinite set)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무한집합은 그 집합의 원소가 무한이 많은 집합을 의미하는데, 수학적으로는 어떤 집합 P의 적당한 진부분집합(proper subset) S가 존재하여 S에서 P로의 일대일대응이 존재할 때 집합 P를 무한집합이라 한다. (이러한 집합은 ZFC 공리계에서 그 존재성이 보장된다.) 무한집합의 정의 자체부터 굉장히 역설적인데, 이 정의에 의하면 어떤 집합 P가 무한집합이기 위해서는 그 집합의 일부분이 전체와 같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무한에 대해 우리의 상식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사실들이 성립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중 대표적인 것으로 '무한 호텔의 역설'이 있다.


<Ivar Ekeland의 소설 『The Can in Numberland』에 들어간 삽화>


정리 1.1 [Hilbert's Infinite Hotel Paradox]

무한개의 방을 가진 호텔이 있다고 가정하자. 또한 이 호텔의 무한개의 방의 예약이 모두 꽉 찬 상태라고 하자. 이때, 한명의 손님이 이 호텔을 찾아와도 이 손님의 예약을 받는 것이 가능하다. 일반적으로 임의의 n명의 손님이 추가로 호텔을 찾아와도 예약을 받는 것이 가능하다. 나아가 무한명의 손님의 예약을 추가로 받는 것 또한 가능하다!



바나흐-타르스키 역설(Banach-Tarski paradox)

바나흐-타르스키 역설(Banach-Tarski paradox)

[각주:2] 이란 3차원 상의 공을 '유한개'의 조각으로 잘라 '강체운동(rigid motion)'
[각주:3] 만을 허락하여 재조합하여, 원래 공과 같은 부피를 같는 두개의 공을 만들 수 있다는 정리이다. 이는 무한에 대한 역설을 가장 멋드러지게 이용한 정리 중 하나이다.


<즉, 위와 같은 일이 수학적으로 가능하다!>

[각주:4]


여기서 '유한개' 와 '강체운동' 두가지 단어에 주목 해 보자. 만약 '강체운동'이 아니라면, 즉 물체를 늘이거나 줄이는게 가능하다면, 단순히 공을 반으로 자른 후에 자른 반쪽을 잘 다음고 늘려서 원래의 공과 같에 만들어 주면 된다. 또한 만약 '유한개'가 아니라면, 즉 무한개로 자르는 것이 가능하다면, 무한이 많은 조각으로 자른 후에 (무한 호텔의 역설과 비슷한 방법으로?) 적당히 재구성하여 두개의 공을 만드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바나흐-타르스키 역설은 '유한개'의 조각과 '강체운동'만을 허락하여도 이것이 가능함을 증명하고 있어서 대단한 것이다. 


바나흐-타르스키 역설은 선택공리(axiom of choice)를 포함한 체르멜로-프랑켈 집합론(Zermelo-Fraenkel set theory), 즉 ZFC 집합론에서 증명이 가능하다. 선택공리는 수학자에 따라 믿는 사람도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지만,

[각주:5] 수학의 거의 전분야에 걸친 수많은 증명들이 선택공리를 바탕으로 증명이 되고 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선택공리를 믿고, 따라서 바나흐-타르스키 역설 또한 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선택공리를 인정하지 않고 바나흐-타르스키 역설 또한 거짓이라 생각해도 수학적으로 모순이 없다.



2차원 상의 원에 대한 역설

바나흐-타르스키 역설을 증명하기 이전에, 잠깐 무한이란 개념에 대한 몸풀기 정도로 2차원 위에서 원에 대한 역설을 살펴보자. 이 증명은 선택공리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


정리 1.2

복소평면 위의 단위원 C={zC | |z|=1}을 생각하자. 이제 C에서 한점 z=1을 제외한 C{1}를 생각하자. 그러면 이 집합을 두개의 부분 A, B로 나눈 후 B를 적당히 회전하여 B을 구해 AB=C를 얻을 수 있다. [즉, 제외 했던 한점을 B의 회전만으로 다시 생겨나게 할 수 있다!]


증명. 한 점을 제외한 집합 C{1}의 부분집합 B를 아래와 같이 정의하자.

B={einC | nN}.

이제 eim=ein이라 가정하자. 그러면 eim=ei(n+2π) 또한 반드시 성립해야 한다. 하지만, m=n+2π이고 2π가 무리수라는 사실로 부터, 모순이 발생한다. 따라서 B의 모든 원소들은 C{1} 위의 서로 다른 점들의 집합이다. 따라서 이 집합이 무한집합임은 자명하고, 또한 무한가산집합(countably infinite set)임을 알 수 있다. 이제 A=(C{1})B라 하자. 그러면 자명하게 AB=C{1}이 성립한다. 이제 B의 모든 원소들을 ρ(z)=eiz만큼만 회전해서 새로운 집합 B를 만들자. 따라서 B={ei(n1) | nN}을 얻는다. 하지만, 1=e0B이므로, AB=C를 얻는다. ■

  1. 무한에 대한 좀더 자세한 글은 이곳을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본문으로]
  2. 바나흐-타르스키 역설은 ZFC 집합론으로 실제로 증명이 가능한 정리이다. 하지만 우리의 직관과 상식에 위배되는 정반대의 결과를 주장하기 때문에 역설로 불린다. [본문으로]
  3. 강체운동이란 이동(translation), 회전(rotation), 반사(reflection) 등의 운동으로서 어떤 물체를 강체운동 하여도 그 물체의 길이, 넓이, 부피 등이 변하지 않는다. [본문으로]
  4. 사진 출처 [본문으로]
  5. 선택공리 자체가 ZF 공리계와 독립적이기 때문에 믿든 안믿든 상관이 없다. 하지만 대부분의 수학자들은 선택공리를 인정하고 있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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